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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글라스, 뭘 고르나

앨리스앤 2020. 8. 22. 21:39

 

 

모든 취미는 장비빨이라고, 와인도 예외는 아니다. 좋은 와인글라스 하나쯤 사고 싶은 건 당연하지만 그 전에 다음의 몇 가지를 꼭 따져보자. 귀중한 내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마음에 쏙 드는 글라스를 고르게 될 것이다

 

1. 음주횟수

얼마나 자주 집에서 와인을 마시는지를 따져보자. 지인은 큰 돈 들여 값비싼 와인글라스 6개를 세트로 샀지만 가족 중 와인을 마시는 이도 없고 정작 본인도 집에서 와인을 잘 마시지 않아 장식용이 되었다고 했다. 사전에 꼬옥~ 얼마나 자주 마시는지는 가늠해봐야 한다.

 

2. 좋아하는 와인 타입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처럼 와인 종류별로 글라스를 살 수도 있지만 안 쓰는 글라스가 생기기 마련이다. 본인이 샴페인을 무지 좋아한다면 샴페인 글라스에 힘을 더 줄 수 있다. 딱 하나만 산다면 두루두루 쓸 수 있는 레드 와인용 글라스를 추천한다.

 

3. 가격 또는 지속가능성

와인글라스는 소모품이다. 아무리 조심해도 언제든 와장창 깨질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수용할 수 있는 가격대여야만 한다. 미리 깨질 것을 염두에 두고 처음부터 넉넉하게 사두는 것도 방법이다.

 

4. 손쉬운 관리

와인글라스 브랜드를 얘기할 때 언급하겠지만 다루기 쉬운 와인글라스를 선택하는 게 낫다. 어떤 글라스는 너무 아름답지만 지나치게 섬세하고 얇아서 깨지기 쉽다. 막손이라면 적당히 다루기 편한 글라스여야 주방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

 

모든 조건을 검토했다면 와인글라스 브랜드는 어떤 것이 있나 알아볼 때다. 직접 구매해서 사용해 본 글라스를 중심으로 가볍게 훑어보자. 모두 개인적인 의견이며 요즘 말 많은 협찬 등등이 아님을 밝혀둔다. 

 

 

왼쪽부터 리델 파토마노 부르고뉴, 보르도, 샴페인용 글라스

리델 Riedel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유명한 글라스의 명품이다. 몇 해 전 코카콜라 전용 잔을 출시해 세간의 뜨거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리델은 17세기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설립되었다. 20세기에 오스트리아로 이전한 후 당시엔 볼 수 없었던 얇고 긴 다리와 큰 볼을 가진 우아한 글라스를 선보여 파란을 일으켰다. 현재 리델은 슈피겔라우와 나흐트만 두 개의 글라스 브랜드도 함께 소유하며 자타공인 와인글라스 왕국이 되었다.

 

리델은 소믈리에 시리즈, 파토마노 시리즈 등 핸드메이드 글라스 라인이 있는데 모두 가격이 사악하다. 와인 관련 용품을 판매하는 엔비노 사이트(www.nvino.com)에서 보면 십 만원 이상이다. 해외에서도 좋은 평을 받는 비늄과 베리타스 시리즈로 머신메이드지만 우아하고 견고하다. 모두 십 만원 대 이하로 살 수 있다. 특히 베리타스는 비늄보다 가볍지만 내구성이 좋아서 관리하기도 쉽다

 

왼쪽부터 잘토 부르고뉴, 보르도 글라스

잘토 Zalto

잘토는 오스트리아의 유서 깊은 유리공예 가문이다. 2006년에 오스트리아의 저명한 와인 전문가 한스 덴크 Hons Denk와 손잡고 덴크 아트 Denk Art 시리즈를 만들었다. 마치 종잇장 같이 얇디 얇은 크리스탈로 만들어 깃털처럼 가볍고 아름다운 글라스로 전세계 소믈리에들과 와인 전문가들의 지지와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범용으로 만든 유니버셜 Universal 글라스는 세련된 디자인과 입술에 닿는 섬세한 느낌 때문에 정상급 와인글라스로 꼽히고 있다. 단점이라면 다소 비싼 가격과 관리의 어려움을 들 수 있다. 가격을 제쳐두고라도 잘토는 다루기 어렵다. 막손이라면 진심 추천하지 않는다. 베테랑 소믈리에도 아차 하는 순간 깨먹는다고 한다니까. 나도 두 개 해먹고 나서 포기하게 되었다. 비싸도, 관리가 어렵다 한들 진짜 근사한 글라스를 쓰고 싶다면 굳이 말리진 않는다.

 

쇼트 즈위젤 Schott Zwiesal

1872년에 에리히 쇼트 Erich Sohott 교수가 독일 즈위젤 지역에 설립한 와인글라스 메이커이다. 현재 독일에서 가장 큰 와인글라스 회사로 티타늄을 이용해서 납 성분의 크리스탈보다 투명하고 강한 글라스를 만들어 유명하다. 유리제품임에도 (종류에 따라)식기 세척기 사용이 가능하고 웬만한 충격에도 깨지지 않아 유럽에선 호텔, 유명 레스토랑에서 많이들 사용한다. 즈위젤 1872라는 고급 라인도 있다.

 

종류가 많은데 그 중 포티시모 시리즈의 디자인은 단정하고 스템이 길어서 시원시원한 느낌이다. 온오프라인에서 구매하기 쉽고 가격도 합리적이라 리델과 슈피겔라우 다음으로 잘 사용했다. 무난하고 다루기도 어렵지 않아 집에서 사용하기 적당하다.

 

슈피겔라우 Spiegelau

1521년에 설립된 독일의 유리공예 브랜드로 리델이 인수했다. 리델은 클래식한 디자인이 돋보이고 슈피겔라우는 세련된 느낌이다. 난 리델 글라스를 대신한 요량으로 구매했는데, 가격도 좋았고 잘 사용했다. 내가 샀던 건 오센티스 시리즈의 부르고뉴 글라스로 볼이 크다. 총 높이가 22.6cm로 높아서 주방 선반에 들어가지 않았다. ^^ 튼튼하고 쓰기 편하다.

 

 

소피앤왈드 부르고뉴 글라스는 화이트 와인글라스로 사용하기 좋다

소피앤왈드 Sophienwald

1725년에 설립된 오스트리아 유리공예 회사로 불로잉 제작 방식을 이용해 품질 좋고 가벼운 글라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것저것 쓰다가 정착한 브랜드다. 2년 전에 알게 되었는데 잘토 비슷한 디자인으로 가볍고 입에 닿는 느낌이 얇아서 마음에 들었다. 관리하기도 수월해서 쓸수록 만족하고 있다. 다만 만만한 가격(온라인 가격 5만원대)이 아닌 게 아쉽긴 하다.

 

정리해보면!

 

디자인 

리델 > 잘토 > 소피앤왈드 > 슈피겔라우 > 쇼트 즈위젤 

내구성 

쇼트 즈위젤 > 슈피겔라우 > 리델 > 소피앤왈드 > 잘토 

가격

잘토, 리델 > 소피앤왈드 > 슈피겔라우, 쇼트 즈위젤 

가격은 판매처마다 차이 있고, 할인가도 있고 시리즈마다 가격 차이가 있기 때문에 비슷한 시리즈의 가격대로 모아봤다. 

 

이 밖에도 자페라노, 지니 조 리 글라스, 셰프앤소믈리에, 레만글라스 등 여러 와인글라스 브랜드들이 있지만 사용해보지 않아 제외했다. 앞서 말했던 선택 기준을 가지고 본인에게 잘 맞는 와인글라스를 잘 골라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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