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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TMI

와인글라스를 둘러싼 오해

앨리스앤 2020. 8. 3. 12:30

 

야외로 나갈 때 평소 애지중지하는 크리스탈 글라스를 챙겨가긴 참 번거롭다. 그래서 거침없이 플라스틱 잔이나 스템stem(다리)없는 글라스(예 리델 오 시리즈)를 사게 된다. 이런 일을 한 두 번 반복하면 와인에 관련된 살림은 하나 둘 늘어나기 마련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지만 내 그릇장 맨 꼭대기 칸은 리델 소믈리에 글라스, 디켄터, 샴페인 글라스, 사은품 글라스까지 갖가지 와인소품들이 점령하고 있다. 사실 와인글라스도 쓰는 것만 쓴다. 샴페인용 플루트 글라스는 볼이 좁고 길어서 설거지하기 불편해 손이 잘 가지 않는다. 난 샴페인을 마실 때도 그냥 화이트 와인글라스를 꺼낸다.

 

큰 맘 먹고 와인글라스를 정리한 결과, 남은 건 화이트 와인글라스, 레드 와인글라스 각각 4개씩이다. 만약에 더 줄인다면 다음 타자는 화이트 와인글라스가 될 것이다.

 

‘좋은 와인글라스가 실제로 와인의 향과 풍미를 더 높여준다?!’

 

와인은 투명 플라스틱 컵이나 바카라Baccarat 크리스탈 글라스이건 즐겁게 마실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와인 애호가, 소믈리에, 와인 전문가 등 와인업계의 구성원들은 글라스의 모양이 와인의 발향에 영향 준다는 것에 대체로 동의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글라스가 다르다고 맛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잘토 Zalto(오스트리아 글라스 브랜드)에 마셨더니 와인 맛이 확실히 달라.”란 이 표현은 잘못되었다. 흔한 말 실수 중 하나로 ‘다르다’와 ‘틀리다’를 잘못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잘토에 마셨더니 와인 향이 더 풍부하게 났어.”란 말이 좀더 맞는 표현이다.

 

야외에서 쓰기 좋은 플라스틱 와인잔 

 

와인글라스의 기본 모양은 튤립 꽃 모양과 비슷하다. 넓은 볼bowl(몸통)에서 입술이 닿는 림rim쪽으로 좁아지는 형태로 아로마를 중앙에 모으고 적절히 가둘 수 있다. 림 부분에 와인의 다소 거친 알코올 향이 집중되는 반면 와인의 과일 아로마는 글라스의 중앙에 집중된다. 우리의 코를 한가운데 쏙 집어넣으면 중앙에 모인 와인의 향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더 와인 바이블>(바롬웍스, 2010)에서 캐런 맥닐은 “좋은 와인글라스는 레드 와인을 마시든 화이트 와인을 마시든 몸통이 넓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몸통 즉 볼이 넓을수록 와인의 풍미가 퍼질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 진다. 향은 와인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값비싼 고급 화이트 와인이나 빈티지 샴페인을 마실 때 레드 와인글라스를 사용하기도 한다.

 

스파클링 와인, 샴페인, 화이트 와인, 레드 와인 또는 포도 품종별로 와인 글라스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다양하다. 메이커들의 눈에 보이는 상술이랄까. 일반 가정에서 종류별로 갖춰놓을 필요는 없다. 전문가들이 와인 평가를 할 때 사용하는 국제 규격(ISO, INAO)의 글라스만 보더라도 와인에 따라 글라스가 달라야 할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INAO 글라스

 

다만 좋은 글라스에 와인을 마시면 정말 맛있다고 느껴진다. 모두 기분 탓이다. 레드 와인을 화이트 와인글라스에, 샴페인을 화이트 와인글라스에 마시건 문제될 건 하나도 없다. 단 종이컵만은 피하자. 특유의 종이 냄새가 와인의 모든 향을 잡아먹어 당신에게 끔찍한 기억만 남길 뿐이다.

 

미니멀리스트가 아니더라도 딱 하나의 와인 글라스를 선택한다면 볼이 넓은 레드 와인글라스를 강추한다. 물론 화이트 와인을 더 즐기거나 샴페인 홀릭 등 개인의 와인 취향을 먼저 고려하여 글라스를 선택하는 건 기본이다.

 

다음 편엔 와인글라스 브랜드를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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