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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한 니타르디의 오너, 피터 펨퍼트

 

코로나 19 영향으로 아주 조용했던 여러 와인세미나가 기지개 펴듯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지난 9월 1일에 WSA 와인 아카데미에서 니타르디 Nittardi의 소유주, 피터 펨퍼트 Peter Femfert가 방문하여 와인 세미나를 진행했다. 9월의 첫 날이자 불금임에도 많은 와인 애호가들이 모여 학구적인 분위기 속에서 근사한 와인들을 즐겼다. 

니타르디는 어떤 와이너리인가? 198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출판사와 화랑의 오너인 피터 펨퍼트와 그의 아내이자 이탈리아 베니스 출신 역사학자인 스테파니아 카나리가 휴가 차 끼안티 클라시코에 갔을 때 니타르디에 방문해서 목가적인 풍경에 감동받아 인수해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 장남 레옹 펨퍼트가 니타르디의 와인 메이킹과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그야말로 전도유망한 가족소유의 부티크 와이너리.(자세한 내용은 사이트 참조)  

니타르디는 12세기 초 "넥타 데이(신의 음료)"라고 불린 방어용 탑이었다. 16세기 미켈란젤로가 교회 소유였던 이곳을 매입하고 와인을 생산했다. 토스카나 출신의 미켈란젤로가 본인 와인에 관해 꽤나 자부심을 가졌다는 것은 와인생산을 맡았던 조카 레오나르도에게 쓴 편지에서 알 수 있다. "나는 셔츠 여덟 벌보다 니타르디 와인 두 통을 선호합니다."라고 썼고 교황 파울로 3에게 진정한 선물이라며 니타르디 와인을 보냈다고 한다. 

펨퍼트 부부가 인수하기 전까지 니타르디는 많은 소유주의 손을 거치면서 와인의 품질 저하와 함께 예전의 명성도 떨어졌다. 사실 90년대 전까지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은 저가와인이란 인상이 강했다. 지속적인 고급화 정책과 생산자들의 열정이 하나로 합쳐져 끼안티 클라시코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전통 와인"의 위치를 되찾았다. 

다시 니타르디로 돌아와 1992년부터 리모델링이 시작되어 토스카나 와인 양조의 레전드, 카를로 페리니를 영입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되었다. 1999년에 토스카나 남부 마렘마 해안가에 20헥타르를 구입해 두 가지 수퍼 투스칸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오늘날 니타르디 포도원은 유기농 인증을 받은 상태. 니타르디는 끼안티에 니타르디 포도원과 더 빌라 로사 포도원을, 마렘마에 몽기벨로 델레 만돌레이 포도원을 직접 소유하고 있다. 헥타르당 평균 5,000그루 이상으로 식재밀도가 높고 더 빌라 로사 포도원의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은 40년이 넘는 등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마렘마의 몽기벨로 델레 만돌레이 포도원은 바다에서 불과 8km 떨어져 시원한 바다의 영향을 받아 뜨거운 여름에도 산도를 잘 지킬 수 있다. 

 

한국의 거장, 김창열 작가가 만든 레이블과 포장지 @https://www.nittardi.com/casanuova-di-nittardi/

 

무엇보다 니타르디 와인을 흥미로운 것은 미켈란젤로를 향햔 경외로 예술과 와인의 콜라보레이션이다. 니타르디의 얼굴, 카사누오바 디 니타르디를 위해 매년 유명한 예술가에게 와인 레이블과 포장지에 사용할 작품을 의뢰해왔고 결과는 늘 훌륭했다. 1981년에 시작된 아트 시리즈에 Corneille, Dario Fo, Paladino, Ono Yoko, Joe Tilson and Mikis Theodorakis 등이 참여했다. 와이너리 소유주 이전에 화랑을 운영하는 피터 펨퍼트의 역할도 무시못할 듯. 특히 2011 빈티지의 레이블과 포장지는 '물방울화가'로 잘 알려진 한국의 김창열(1929~2021) 작가가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위 사진). 아트 레이블하면 바로 나오는 보르도 1등급 와인, 샤토 무통 로쉴드가 이우환작가에게  2013 레이블 제작을 의뢰한 것보다 앞선다(홍보부족으로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 피터 펨퍼트는 키아프(Kiaf)에서 김작가를 만나 계속 교류했다고. 이번 한국 방문 또한 키아프 참석을 겸한 것이라 한다. 아트레이블 40주년을 기념해서 6명의 아티스트를 꼽아 세트로 만든 세트도 선보였는데... 넘  갖고 싶다. 니타르디는 신동와인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   

<6가지 와인들의 간단한 테이스팅 노트>

Ben 2020 : 마렘마에서 자란 청포도, 베르멘티노 100%로 만든다. 약간의 꽃 향기, 소금기 나는 바다, 향신료와 허브의 향도 잘 난다. 신선한 시트러스와 심플한 느낌도. 샐러드, 채소 튀김 같은 채소 요리들과 어울릴 것 같다. 

Belcanto 2018 : 니타르디의 엔트리급 레드 와인. 니타르디 포도원과 오래된 빌라 로사 포도원에서 나온 산지오베제 90%, 말바시아 네로, 콜로리노, 카나이올로 등 기타품종 10%로 만든다. 기타 품종들은 산도를 잘 유지하기 위해 블렌딩한다. 잘 익은 붉은 과일(라스베리 등), 향신료의 풍미가 잘 난다. 타닌은 존재감이 크지 않지만 부드럽게 넘어가는, 정말 마시기 편하다. 진짜 술술 들어간다. 니타르디는 항상 벨칸토를 잘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진짜 그 말이 맞나바. 맛있다~ 

Casanuova di Nittardi 2019 : 끼안티 클라시코에 위치한 단일 포도원, Vigna Doghessa에서 나온 산지오베제 100%로 만든다. 아트 레이블로 만드는 바로 그 와인. 붉은 체리 같은 베리류, 허브의 풍미가 나면서 과일의 산미가 잘 느껴진다. 부드럽고 편안한 타닌, 약간의 토스트 느낌이 난다. 2019 빈티지의 경우, 전문가들의 점수가 평균 90점! 지금 마시기 딱 좋다. 

Nittardi Riserva 2018 : 1985년부터 생산한 리세르바 와인으로 500미터 고도의 Vigna Alta 포도원에서 최고의 빈티지에만 생산된다. 산지오베제 95%, 메를로 5%. 신선한 붉은 과일과 잘 익은 검은 과일의 풍미가 잘 살아있다. 리세르바답게 풍부하고 깊이있는 고급진 맛이 난다. 벨벳 감촉의 타닌이 잇몸을 코팅하고 여운에서 초콜릿 풍미가 나면서 길게 지속된다. 숙성잠재력은 6-7년, 최대 10년 이라고~ 

Ad Astra 2020 : 마렘마에서 생산한 두 번째 수퍼 투스칸 와인. 이름은 라틴어 "Per Aspera Ad Astra"(거친 길은 별들로 이어진다)에서 따왔다. 위대한 와인을 얻기 위해 포도원에서 거친 작업과 끈질긴 보살핌을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은 것. 산지오베제 50%, 카베르네 소비뇽 20%, 메를로 20%, 카베르네 프랑 5%, 시크릿 품종 5%. 향이 정말 좋아서 놀랐던 와인. 블랙베리, 불루베리 같이 검은 과일의 향이 풍부하고 잘 익은 과일의 단맛과 부드러운 타닌이 인상적이다. 바닐라, 토스티한 느낌도 더불어! 마실수록 맛있다. 

Nectar Dei 2016 : 니타르디의 최고 와인, Nectar Dei는 1183년 문서에서 발견된 옛 이름을 땄다. 과거 미켈란젤로가 교황에게 와인을 선물로 보냈던 것처럼 이 새로운 와인의 첫 번째 병을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선물했고 지금도 매년 새로운 빈티지를 바티칸에 보낸다고. 카베르네 소비뇽 50%, 쁘띠 베르도 20%, 메를로 15%, 시라 10%, 시크릿 품종 5%. 여기 시크릿 품종, 참 궁금하네. ^^ 진한 붉은색이 윤기가 돈다. 블루베리, 자두, 민트, 바닐라, 향신료의 향미가 풍부하고 타닌은 아직도 강하고 진하게 느껴진다. 복잡하고 과일의 농축미가 돋보이는 와인으로 디켄팅이 필요할 듯. 

올해 기록적인 뜨거운 여름을 기록한 2023 빈티지에 관한 질문에 니타르디의 포도밭들은 운좋게 고도가 높은 언덕에 자리잡아 어려운 해였음에도 최악은 아니었다고 한다. 대신 다른 평지에 있는 포도원들은 많이 힘들었을거라고. 기후변화 때문에 포도밭들이 높은 지대로 이동하고 수확시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말이 맞다는 것. 

이탈리아 와인들은 친절하다. 먼저 다가와주고 먼저 말 붙이고 눈 마주치면 먼저 웃어준다. 새침하거나 무뚝뚝하지도 않지. 오늘 만난 니타르디 와인 또한 아름답고 향기로워. 와인들을 만났던 시간, 정말 소중했다고... 언제 또 만날지 기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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