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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TMI

알프스에서 왔어요!

앨리스앤 2022. 4. 13. 18:32

 

출처:  https://www.visitfrenchwine.com/en/vineyard/visit-the-savoie-vineyards-wine-tourism

사부아 Savoie,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어디였나 혹은 뭐였나 하며 한참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불현듯 생각났다. 두꺼운 백과사전 같은 와인책에서도 몇 페이지를 할애하지 않았던 프랑스의 와인 생산지, 프랑스 쪽 알프스 산맥이 시작되는 지역 바로 쥐라 Jura, 사부아, 뷔제 Bugey 중 그 사부아다. 여기에선 색다른 와인이 생산되는데 그중 쥐라가 가장 먼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최근 흔하지 않은 사부아 와인을 마실 기회가 있었다. 마침 새로운 주제가 필요했던 블로그에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한 사부아 와인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뉴욕 타임스에 칼럼을 기고하는 와인 전문가 에릭 아시모프 Eric Asimov는 사부아의 화이트 와인에 대해 "(알프스) 산 공기처럼 신선한 화이트 와인"이라고 평한 바 있다. 내가 마셔보니 다른 표현이 필요 없을 듯했다. 

1. 사부아는 어디쯤? 

프랑스 동부 알프스에 위치한 산악지방이다. 동쪽은 스위스, 북쪽은 쥐라 그리고 서쪽은 론강과 건너편엔 뷔제가 자리잡고 있다. 여긴 스키 관광객과 알프스 등산객으로 사시사철 붐비는 유명 관광지다. 당연히 사부아 와인은 관광객을 메인으로 삼았다. 현재 총 포도밭 면적은 약 2,200헥타르이며 와인 산지는 넓게 흩어져 있다. 쥐라처럼 점점 포도밭이 늘고 있다. 사부아의 포도밭은 알프스 아랫동네 경사면에 자리 잡고 있는데 해발 고도는 250~450미터 정도다. 높은 산과 함께 남쪽의 지중해 영향으로 대륙성 기후가 나타난다. 대부분 포도원은 남쪽과 남동쪽에 위치해서 여름과 가을의 일조량은 풍부하다. 게다가 주변 강, 호수 등의 영향으로 미세기후가 발달해 비교적 좋은 재배 조건을 갖추고 있다. 토양은 석회가 많이 섞여 있고 빙하 퇴적물, 충적토 등 다양한 토양들이 모자이크를 이루고 있다. 

2. 사부아의 다양한 포도 품종

사부아에선 23개 포도품종이 재배되지만 청포도 3가지, 적포도 3가지가 주목할만하다. 

주요 청포도 

자케르 Jacquere: 가장 널리 재배되는 청포도 품종. 일찍 마시는 저알코올의 드라이 화이트 와인으로 생산한다. 하얀 꽃, 배, 백도, 아몬드까지 다양하게 난다.

알떼스 Altesse (루세뜨 Roussette): 숙성할수록 놀라운 복합성을 가지는 와인을 생산한다. 숙성 전엔 신선한 아몬드, 베르가못, 파인애플, 복숭아, 모과 등 다양한 맛을 낸다. 시간이 흐르면 꿀, 토스트, 견과류, 화이트 트러플 향이 난다. 

샤슬라 Chasselas: 이웃한 스위스의 주요 청포도 품종. 사부아의 샤슬라는 가볍고 마시기 쉬운 드라이 와인이다. 자케르와인과 비슷한 느낌이다. 어릴 때 마시기 좋다. 

주요 적포도

몽되즈 Mondeuse: 사부아에서 중요한 포도 품종으로 껍질 색이 진해서 짙은 보라색을 띤다. 오크통 숙성을 하기도 하는데 붉은 과일, 후추 같은 향신료의 향미까지 다양하다. 숙성 잠재력이 뛰어나 10년은 거뜬하다. 

페르상 Persan: 재배하기 어려워 멸종 직전까지 갔던 품종. 진한 붉은색을 띠고 강한 타닌과 붉은 과일의 향미가 잘 드러난다. 페르상 와인은 어릴 땐 거친 편이지만 숙성할수록 진하고 부드러워진다. 

3. 사부아의 아펠라시옹(AOP)

사부아 와인의 70%는 화이트 와인으로 당신이 화이트 와인 애호가라면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풍미는 사부아의 자연처럼 가볍고 깔끔하지만 최근 양조기술의 발전과 생산자의 열정 덕분에 다양한 개성을 가진 와인들이 나오고 있다. 4개의 아펠라시옹으로 크게 나눠진다. 

뱅 드 사부아 Vin de Savoie :  대부분 사부아 와인들이 뱅 드 사부아이다. 화이트, 레드, 로제, 스파클링 와인이다. 16개의 하위 아펠라시옹(마을단위)은 존재하는데 사부아 뒤에 붙는다. 예) Vin de Savoie Abymes 

루세뜨 드 사부아 Roussette de Savoie: 남동쪽 외딴 마을, 프랑지 Frangy는 알떼스로 개성 강한 장기숙성력을 자랑하는 화이트 와인을 만든다. 이 품종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루세뜨 드 사부아란 특별한 AOP를 갖게 되었다. 사부아에선 루세뜨로 만들었다면 루세뜨 드 사부아라고 표기할 수 있다. 프랑지를 포함한 4개의 하위 아펠라시옹이 있다. 

세셀 Seyssel: 알떼스와 샤슬라로 드라이 화이트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한다. 

크레망 드 사부아 Cremant de Savoie: 2014년에 지정된 AOP이다. 토착품종인 자케르를 60% 이상 사용하고 2차 발효를 병 안에서 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생산한다. 

<테이스팅 와인>

Domaine Louis Magnin Rousette de Savoie 2016

도멘 루이마냥 루세뜨 드 사부아 2016 Domaine Louis Magnin Rousette de Savoie 2016

먼저 도멘 루이마냥은 사부아의 작은 마을, 아르방 Arbin에 위치한 가족경영 와이너리이다. 3대째 이어지며 현재 루이와 그의 아내, 베아트리스가 함께 운영하며 2010년부터 유기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레이블에도 EU가 인증하는 유기농 마크가 자랑스럽게 붙어있다. 자세한 와인 설명은 아래 수입사의 블로그에서~

https://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ansi2014&logNo=222647138187&categoryNo=35&parentCategoryNo=&from=thumbnailList 

 

도멘 루이마냥 루세뜨 드 사부아

[ 설명서 다운: 상단 pdf ] 와인의 생산지인 사부아Savoie라는 명칭은 ‘전나무의 땅’이라는 의미의 라틴...

blog.naver.com

 

원래도 난 화이트 와인을 꽤 좋아하는 편이라 딱히 거슬리는 게 없으면 항상 무사통과다. 루세뜨 드 사부아란 이름에서 배운 우리는 알아야 한다. 알떼스로 만들었다는 것을! 그럼 앞서 언급한 알떼스의 특징을 떠올리며 와인 글라스에 코를 밀어 넣자. 레몬, 복숭아, 살구, 백후추 그리고 은은하게 토스트의 향이 난다. 이제 한 모금 마셔보자. 상쾌한 과일 향미 뒤에 화이트 와인에선 흔치 않은 유질감이 느껴진다. 참 설명하기 힘든데 진짜 기름진 느낌과 상당히 비슷하다. 이 와인에 놀란 건 유질감과 함께 산미는 꽤 강하단 거다. 이렇게 상반된 느낌이 공존하기가 쉽지 않은데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았다.

기름진 화이트 와인이라면 비오니에 와인이 대표적이다. 이 와인의 최대 단점은 산미가 부족해서 마시다 보면 쉽게 질린다는 거다. 비오니에는 산도가 충분하지 않은 품종이라 잘 만들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고 한다. 저렴한 비오니에의 경우, 산도가 부족해 밍밍하다고 느끼기 쉽다. 

암튼 루이마냥 루세뜨 드 사부아는 이런 점에서 흠잡을 데가 없다. 입 안에서도 무게감이 느껴지고 촘촘하게 잘 짜인 레이스처럼 아름답고 견고한 와인이다. 독특한 화이트 와인이나 무게감 있는 화이트 와인을 원한다면 강추! 숙성 잠재력 또한 좋다니 2-3년 보관했다가 마셔보면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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