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학교 다닐 때 제일 싫었던 과목은 체육이었고 달리고 뛰는 육상은 물론 구기종목 특히 피구는 지긋지긋했다. 이쯤 되니 내게 운동신경이란 눈곱만큼도 없다고 생각했고 그 어떤 스포츠에도 관심 없었다. 그러던 내가 매일 1시간 동안 스쿼트, 크런치, 플랭크 등 구성한 홈트를 무려 5년째 하고 있다(사실 이건 살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만 ^^). 시간 날 때마다 만보 걷기도 도전하고 등산도 한다. 지리산도 벌써 8번이나 올랐다 무사히 내려왔다. 어느새 난 운동을, 몸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온갖 잡생각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지만 사실 스트레스 해소에 운동만 한 건 없다. 

김혼비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는 열혈 축구애호가의 여자 축구팀 입성기다. 운명 같은 축구 덕질에 관한 닉 혼비의 <피버 피치>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추천하는 글들이 증명하듯이 이 책은 정말 재밌다. '축구'자체가 아닌 '축구하는 여자들'의 이야기 속엔 그들을 바라보는 예상가능한 시선, 여자들이 축구를 한다니 가르치려 드는 맨스 플레인, 사람 사이에서 피할 수 없이 생기는 갈등, 그토록 싫어했던 종아리 알통을 얻으며 진심으로 축구에 빠져드는 가운데 예상하지 못한 재미와 공감이 읽힌다. 특히 '초 개인주의자'라고 밝힌 저자가 팀 플레이를 피할 수 없는 축구팀에 가입하게 되는 첫 장면은 각종 유혹에 말랑말랑한 우리들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마트에서도 유독 마감 임박 세일 마케팅에 너무나도 쉽게 걸려드는 나답게 덜컥 전화부터 했다. "아유, 괜찮아요. 일단 한번 와 보시라니까요. 와 보세요, 일단." 수화기 너머의 남자, 그러니까 내가 나중에 감독님이라고 부르게 될 이 사람은 자꾸 '일단'와 보면 된다고 했다. 공고에는 분명히 지원하고 나서 2주 후에 합격 여부를 알려 주겠다고 되어 있었다. 그래서 '일단' 지원부터 하고 나서 마음의 준비를 할 2주를 벌어 놓을 속셈이었는데, 그냥 여기서 합격이고 당장 며칠 후 훈련부터 합류하라고 해서 당황했다."

맞다! 보기좋게 걸린 거다. ^^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의 세계를 간접 경험했다. 와우! 나도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가고 싶어 진다.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