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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오늘은 하늘이 높고 파래서 가을의 문턱에 섰다는 걸 실감했다. 문득 여행 가고 싶단 생각이 든다. 내 맘을 아는 건지 카톡방에서도 여행 가고 싶단 말들이 쏟아진다

 

<행복 원정대> 예고편

 

여행은 커녕 집 밖을 나서는 것도 망설여지는 요즘에 딱 좋은 다큐멘터리를 넷플릭스에서 찾았다. 바로 <행복 원정대, Expedition Happiness> 이다. 넷플릭스엔 볼만한 다큐멘터리가 많은데, 이 다큐멘타리는 펠릭스와 셀리마 그리고 반려견 루디가 스쿨버스를 캠핑카로 완벽하게 개조해서 알래스카에서 멕시코까지 여행하는 여정을 담았다

 

영화감독 펠릭스와 싱어송라이터 셀리마는 어느 날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곧바로 떠나기로 결심하고 집을 처분했다. 보금자리인 독일에서 미국으로 날아가 중고 스쿨버스를 사서 개조했다. 그들의 움직이는 새집은 침실과 미니 화장실, 샤워실, 주방(우리 집 주방보다 좋더라.), 휴식공간까지 갖췄다. 두 사람 다 금손인 게 확실하다. 정작 여행을 준비할 때가 더 좋다고, 애정을 가지고 스쿨버스를 개조할 때 그들은 셀렘과 기대감이 차 있었다.  

 

그들의 여정을 따라 보여지는 알래스카와 캐나다, 미국의 광활한 자연은 압도적이다. 여행할 때 생기는 여러 문제와 답답한 상황도 여과 없이 나왔는데, 공감되는 게 많았다(미국의 말도 안 되는 입국심사). 그래도 차장 밖의 스치는 풍경은 내가 버스에 함께 타고 가면서 보는 것 같다. 자연스레 머리가 비워졌다. 대리만족이 맞다.

 

여행이 간절할 때가 있지만 그 여행에 치일 때도 많다. 긴 여행의 피로감은 반려견 루디에게 먼저 밀려왔다. 내 눈에도 루디는 여행하면서 많이 힘들어했다. 루디를 사랑하는 두 사람은 멕시코에서 여행을 접기로 한다. 보는 내가 다 안타까웠다. 그 정도로 동화되었나 보다.

 

떠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이제 다시 돌아가길 원한다는 그들은 독일 가족들 품으로 돌아간다. <파랑새>가 생각나는 결말이지만 그들은 언제고 또 떠나고 돌아올 것이다. 삶이란 그런 거니까여행이 일상이 되는 순간 우리는 지친다. 여행의 루틴에 피로해진 거다.

 

그들이 계속 여행을 이어가 목표했던 아르헨티나까지 가서 다큐멘터리가 끝났다면 난 떠나고 싶어 몸살이 났을 거다(역마살이 수두룩한 나란 사람). 그들이 돌아온 게 현실답다고, 여기에도 의미가 있다고떠날 용기가 있다면 멈출 용기도 있는 두 사람의 지혜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들은 여행 내내, 여행을 마칠 때도 늘 행복했으니 후회는 없을거다. 

 

나도 언젠가 떠날 용기를 내리라 생각해본다. 이 못된 코로나 19가 끝날 땐 준비되어 있지 않을까… 여행이 그리운 분들에게 추천! 

 

* 덧븉여 

셀리마의 노래, 알래스카는 다큐멘터리의 분위기를 한층 더 살려주며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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