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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선 자주 볼 수 있는 보통의 와인병을 소개했다면 이번에 열거하는 와인병은 좀 특이한 편이다. 오랜 전통을 따르거나 자유롭게 만든 경우가 많다.
<프로방스 로제>
휴양지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프로방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제 와인 생산지다. 최근 몇 년 동안 로제 와인의 인기가 쑥쑥 오르면서 당당히 여름 와인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았다. 이름 그대로 핑크, 연어 알, 양파 껍질이라 할 수 있는 사랑스러운 색상을 띠는 로제 와인은 여러 적포도 품종으로 만든다. 사실 로제 와인은 색깔 없는 투명한 병을 사용하기 때문에 병 모양에 상관없이 바로 알 수 있다. 진 Gin을 담을 것 같은 사각형의 병, 뚱뚱하고 둥그런 병, 암포라나 중세 항아리와 비슷한 병 등 전략적으로 디자인한 병을 선택한다.
<쥐라 뱅 존>
부르고뉴와 스위스 국경 사이에 위치한 쥐라 Jura는 프랑스에서도 작고 희귀한 와인 생산지로 유명하다. 포도밭 면적은 2,000헥타르로 와인 생산량은 프랑스 전체 생산량의 0.2%에 불과하다. 쥐라 와인은 미국, 일본 같은 주요 와인 시장에서 매우 핫하다. 적은 생산량 때문에 희귀하고 기존 와인들과 다른 개성과 낯섦이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유행에 민감한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쥐라 와인들이 수입되어 애호가들의 입 맛을 훔치고 있다.
쥐라만의 와인은 ‘옐로우 와인’이라는 뱅 존 Vin jaune과 뱅 드 빠이으 Vin de Paille다. 뱅 존은 사바냥 Savagnin 100%로 만든다. 보통의 화이트 와인과 동일하게 양조한 후 오크통에 넣어 정확히 6년 동안 숙성한다. 오크통 내부는 와인으로 완전히 차 있지 않아 아주 얇은 막이 와인 표면에 형성된다. 이는 살아있는 효모의 막으로 ‘옐로우 테이스트’라고 하는데 스페인의 셰리를 숙성할 때 생기는 플로르 flor와 비슷하다. 뱅 존의 특이한 호두, 아몬드, 견과류의 향은 모두 옐로우 테이스트 덕분이다. 뱅존은 프랑스 3대 화이트 와인에 속하며 최소 50년에서 100년까지 보관할 수 있다. 18세기에 만들어진 620m 끌라블랭 Clavelin이란 와인 병에 담아 단번에 알 수 있게 했다.
뱅 드 빠이으는 수확한 포도를 짚 위에서 말려 양조한 스위트 와인이다. 잘 익은 포도알의 천연 당분을 충분히 농축시키려면 약 3개월 정도 걸린다. 목표로 한 당도에 도달하면 천천히 발효한다. 3-4년의 숙성을 거치면 마침내 40-50g 정도의 당분을 가진 달콤한 와인이 된다. 양조와 숙성 방법이 어렵고 긴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매우 귀하다. 그래서 반 병짜리 375ml에 담는다.
<독일 프랑켄 와인>
독일에선 알사스처럼 목이 긴 플루트 모양의 병을 사용한다. 색상 차이가 있긴 한데 라인가우 와인은 갈색병에, 모젤 와인은 초록색 병에 담는다. 그러나 프랑켄 지방은 플루트 병이 아닌 복스보이텔 Bocksbeutel이란 납작한 원형의 병을 사용한다. 포르투갈의 마테우스 로제 Mateus Rose와 독일 바덴 지방에서도 같은 형태의 병을 쓰지만 복스보이텔은 곧 프랑켄 와인의 상징으로 통한다. 1726년 프랑켄의 뷔르츠부르크 시의회는 와이너리 뵈르거슈피탈 Bürgerspital의 최고급 와인을 이 복스보이텔에 넣어 판매하라고 결정했다. 이를 계기로 프랑켄 지방의 다른 와이너리도 복스보이텔을 도입하게 되었다. 품질 높은 와인만 복스보이텔에 넣을 수 있다는 규정도 만들어 품질을 인정받은 와인이란 의미를 더했다.
<이탈리아 끼안티 와인>
이탈리아 와인의 정수라고 불리는 끼안티Chianti 와인은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지방에 위치한 끼안티에서 생산된다. 지금 흔하진 않지만 끼안티 와인을 밀짚으로 덮인 원형의 병에 담았다. 피아스코 Fiasco라 불리는 이 와인 병의 역사는 15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저렴하고 제작 시간도 길지 않은 둥근 유리병에 와인을 넣었다. 둥그런 병은 병을 병 바닥이 위험했고 운송할 때 불안정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밀짚으로 짠 바구니가 등장했다. 밀짚 바구니에 들어간 와인 병은 운반하거나 보관할 때 모두 안전했다. 현재 피아스코에 담긴 끼안티 와인은 관광지에서 기념품용으로 판매될 뿐 끼안티에선 일찌감치 보르도 와인 병으로 갈아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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