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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면 세상에 별별 와인들이 있다는 것에 놀란다. 6,500원짜리 와인에 만족하며 “와인이 별거냐?!”며 떠들다가 점점 책이나 인터넷에 등장하는 유명 와인을 탐내게 된다. 그 중 통과의례처럼 욕심나는 와인이 바로 보르도 그랑크뤼 특히 5대 샤토라 하는 1등급 와인들이다.
최근 나는 <보르도 전설>을 읽고 (단편적으로만 알았던) 그랑크뤼 1등급 와인이 어떻게 열망의 대상이 되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저자 제인 앤슨 Jane Anson은 영국의 와인 전문지 ‘디켄터’의 보르도 지역 담당 기자이며 2003년부터 보르도에 거주하고 있다. 보르도 와인 전문가로 현재 보르도 에콜 뒤 뱅 Ecole du Vin에서 강의하고 있다. 옮긴이 박원숙님은 많은 와인 관련한 책을 번역해 온 베테랑 와인 작가로 작년 한 와인 세미나에서 만나 인사드린 적 있다. 고맙게도 그땔 기억하시고 이번 책을 보내주셔서 너무 잘 읽었다.
<보르도 전설>은 “국보급 와인들”이라 표현한 5대 샤토의 길고 복잡한 얽힌 역사부터 시작한다. 참! 5대 샤토는 오브리옹, 마고, 라투르, 라피트 로칠드 그리고 무통 로칠드를 말한다. 5대 샤토는 와인 애호가들의 로망이다. 나도 5대 샤토를 마셔본 적이 있긴 하지만… 아주 오래오래 전이라 많이 슬프다. 사실 요즘 보르도 와인 가격은 쑥쑥 자라는 장마철 대나무 같아서 도시빈민에겐 넘사벽이다.
아무튼 5대 샤토는 적어도 15세기, 그 훨씬 전부터 포도를 재배했다고 한다. 보르도의 영지 대부분은 재력 있는 귀족들 차지였다. 프랑스 혁명 전까지 그들은 혼인과 상속, 매매 등을 통해 부를 쌓았고 왕은 매매가 성사될 때마다 세금을 두둑하게 거뒀다. 보르도 와인의 주요 시장은 영국이었고 ‘클라렛 claret’이라 불렀다(지금도 영국인들은 클라렛이라 부르는 걸 좋아한다.) 오브리옹은 (찰스 2세가 왕권을 회복한) 17세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영국 시장의 변화를 예감했다.
“왕정복고 전의 보르도 레드 와인은 거의 모두 단순한 ‘클라렛’이었다. 색깔도 연하고 와인의 구조도 강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청포도와 적포도를 같은 밭에 함께 심어 혼합하거나, 적포도도 껍질을 우려내지 않고 바로 꺼내어 가볍게 만들었다. 와인은 쉽게 상했기 때문에 신선할 때 바로 마실 수밖에 없었다. … 산화나 재발효는 흔한 일이었으며, 와인이 식초로 변해가는 냄새 등 문제는 브랜디나 사과주, 허브 등을 가미하여 해결했다.” ~ P46.
오브리옹은 영국의 입맛을 겨냥해 와인 양조에 큰 나무통을 사용했다. 전보다 침용 시간을 늘려 색상과 타닌을 강화했다. 때마침 아황산의 발견으로 산화와 박테리아로 인한 오염을 막을 수 있었다. 현대 와인양조에서도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아황산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① 방부제 ② 항산화제 ③ 갈변방지로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는데 기여해왔다. 이 밖에도 재배, 양조 기술을 개선하여 전혀 새로운 샤토 오브리옹을 출시했다. 결국 오브리옹은 왕의 식탁에 올랐고 런던 사교계는 오브리옹 구하기에 앞을 다퉈야 했다.
“1710년경에는 1855년 1등급으로 분류된 4개 샤토인 퐁탁(오브리옹)과 라투르, 라피트, 마고는 모두 런던 시장에서 자체 상표를 붙이고 거래되었으며, 일반 메독 와인의 3배에서 4배의 비싼 가격으로 팔렸다. 1855년 등급이 정해지기 150여 년 전 일이었다.” ~ P21.
보르도 와인 산업은 1등급 샤토들에 의해서 고품질 와인의 시대로 접어들었던 것이다. 게다가 1855년 메독 지역 와인들을 대상으로 한 그랑크뤼 등급 결정은 보르도 와인을 독보적인 위치에 올려놓은 엘리베이터 역할을 했다. 이 때 논란의 씨앗이 떨어졌다. 바로 무통 로칠드를 2등급으로 결정한 것이다. <보르도 전설>은 그 배경과 무통의 긴 투쟁들을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이야기).
역사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한 1등급 샤토들의 기술 혁명, 테루아의 이해 등과 함께 현재 시도 중인 유기농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비싸다고만 느껴졌던 1등급 샤토들은 독보적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우아하게 혹은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
<보르도 전설>은 5대 샤토 각각의 역사들이 너무 복잡해서 헷갈리고 집중이 안될 수도 있다. 중반 이후부턴 앞서 얘기한 대로 5대 사토에 관한 이야기들이 소설처럼 술술 읽힌다. 와인 애호가라면 더더욱! 그리고 멋진 사진들 덕분에 아쉬운 대로(?) 5대 샤토를 눈으로도 감상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왜 보르도 1등급 와인들만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게 가능했을까?’란 질문에 관한 답을 구하고자 한다. 마지막 장에 도달할 무렵이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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